달빛 풍류열전列傳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박제천 시인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을 불렀고 그러면 나는 내 고향 뒷동산 잔디밭을 불렀다 강우식 시인은 이름 모를 항구의 술집 아가씨를 목 놓아 불렀고 나는 이름 마저 또렷한 항구의 춘자를 소환했다 내가 노래 부르면 얼씨구 좋다며 술상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우리는 이 점이 닮았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얼콰해지면 먼저 나서라고 나를 지목했다 나는 거리낌 없이 바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고 나면 두 분도 마다하지 않고 곧 이어 불렀다시의 세계에서는 감히 다가설 수 없지만 노래는 도깨비도 웃고 갈 만큼 막상막하라서 달 환하게 뜬 밤 박장대소하는 두 분의 천진한 모습이 떠오른다 저승에서도 어깨춤 추며 추임새를 넣으리라 이제는 장단 맞춰줄 사람도 없고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