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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 강우식 시인 추모사

수류인생水流人生 선생님, 주문진 앞바다의 청청한 물결처럼 맑고 깊은 삶을 살아오신 선생님, 지금 저희는 선생님 가신 바다에 와서 통곡하며 선생님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오열을 들으시는지요. 보고 계시는지요.어찌하여 이렇게 황망히 떠나셨는지요. 오월 따뜻한 봄날에 백복령을 넘어 주문진을 거쳐 기사문으로 가자 하시던 말씀은 어찌하고 이렇게 총총히 가셨습니까.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리는지요. 최근 들어 그렇게도 하실 말씀이 많으셨는지 해마다 몇 권의 시집을 내시면서 속을 비워내시고 그때마다 기분이 좋다 하시면서 동해며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방방곡곡 여행을 다니셨습니다. 문창에서 내신 「결초보은」 시집은 결국 마지막 시집이 되었습니다. 누워계시면서도 온 힘을 다해 겨우 ..

카테고리 없음 2026.06.21

남대천 해오라기

남대천 해오라기 장날, 한 봉지의 참외를 들고 돌아오는 길 해는 기울고무쇠솥 장수는 전을 거둘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멀리 강 위야트막한 바위에 솟아있는 뭔가가 눈에 들어와 천변 벤치에 앉았다 새들이 날고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흙길을 따라 흘러갔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제비들이 허공을 가르며 분주히 날아다녔다 외발로 가는 전동 휠 보드가 신기해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물속을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반가사유상 하루해는 산을 넘고 강물 소리는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돌아설 때까지 새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문학 수 2026년 여름호

이명 詩 2026.06.06

구름 위의 절집

구름 위의 절집 앞마당에 연못 대신 바다를 들였다 운지雲池라 이름 지었다 장난감 같은 배들이종일 떠 있기도 하고 밤에는 별이 되어 흐르고 바람이 산문을 오르내리면 텃밭의 비닐이 장삼 자락처럼 펄럭인다 매화 한 그루 피는가 했는데 지고 다락방에서 잡보장경을 펼치려는데 새들이 들며 날며 창에 부딪히며 야단법석이다 참선을 깨뜨리는날아다니는 풍경 소리 이놈들 나를 그저 산중의 한량으로 아는 모양인데 눈 감으니 미소가 절로 난다 문학 수 2026년 여름호

이명 詩 2026.06.06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대문; 이명> -문태준(시인)-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문태준(시인)- 국어공부 ・ 2시간 전URL 복사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대문 -이명(1951~)​산중 외딴집사람들은 기둥에 장대라도 걸쳐놓으라 하지만대문이 없으니그리움이 무시로 드나들고별이 마구 쏟아져 들어와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상시로 들리는 거라​​-이 시에는 산중에 산인(山人)으로 사는 삶의 한적함과 적막, 심중(心中)의 느긋한 여유가 엿보인다. 지인들은 대문을 달지 않고 사는 시인에게 장대를 걸쳐두는 게 어떠냐는 조언을 한다. 장대는 사적인 소유와 싸늘한 차단을 뜻하는 것일 테다. 수직의 벽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시인은 그러한 행위를 극구 마다한다. 그리움, 삵이나 고라니 같은 산짐승, 낮 하늘과 밤 하늘이 맘껏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

기사 2026.02.02

문태준의 詩 이야기

문태준의 詩 이야기 독거노인 산으로 간 후흰 두건 쓰고 머리 조아리며 마당 가득 들어앉은 행렬 바람의 독경 소리에 몸을 숙인다 돌볼 이 하나 없는 집을채우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따뜻한 조문 - 이명 시 ‘망초’ 전문 산속에 홀로 살던 어르신이 작고하신 후에 집은 빈집이 되었을 것이다.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손길이 끊어진 집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빈집을 찾은 시인은 그 안쪽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시인이 발걸음을 옮겨 들어선 마당에는 망초들이 뿌리를 내리고 잔뜩 웃자라고 있었던 모양인데, 시인은 망초를 조문객이라고 생각한다. 작고하신 어르신을 기리고 동시에 너무나 황망하여 마음이 텅 빈 그 집을 위무하려고 찾아온 문상객이라고 여긴다. 망초들 외에는 독거노인의 죽음을 오래도록 함께 슬퍼할 이가 ..

기사 2026.01.31

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510 - 이 명

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510 - 이 명기자명 뉴스경남 입력 2026.01.29 11:07 수정 2026.01.29 11:40 댓글 0 외옹치항 왜가리이 명바다 가운데 탑 하나 서 있다바위에 깊숙이 뿌리 내린 것 같다발징화상의 염불 소리가 능선을 넘듯너울은 넘실넘실 넘어와 탑 주위를 돌고 있다능소화도 절벽에 피어 한들거리는 해안가 둘레길누군가는 수평선을 응시하며 서 있고누군가는 하염없이 걷는다순간꼿꼿하던 탑 끝이 문득 방향을 돌린다미묘한 움직임마치 선사가 부지불식간에 무문관을 통과하듯새는 무엇을 구도求道하려 탑이 되고 있나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가슴에신앙이라도 되려나자세는 흐트러짐이 없고가슴 속에 풍경소리 하나쯤 있을 것 같은데홍련암 노을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무렵탑이 날개를 편다허공으로 높이..

기사 2026.01.30

詩가 흐르는 아침

2026년 1월 22일 목요일 울산광역매일詩가 흐르는 아침 이명 시인 [약력] • 2011년 『불교신문」신춘문예 당선 • 시집『분천동본가입납』『앵무새학당』 r벌레문법』『벽암과놀다」 r텃골에 와서」등 • e북 r초병에게J ' 시선집 『박호순미장원』, 공동 시집『우주의시간』 • 2013년목포문학상 수상 등 개주인은 나를 차에 태우고 먼 길을 와 산기슭에두고갔다 몇 번을 짖으며 쫓아갔지만 끝까지따라가지않았다 나는주인을알고있다 주인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터크게 무위자연이되라는 주인의 마음이 읽히기 때문이다 산은 높았고 나는 산을 지키기로 했다 〈시작노트〉 개를 버리고 간다. 개는 버리져 있다. 개는 따라가 본다. 어쩔 수 없음을 알고 그러나 개는 생을 포기하..

기사 2026.01.22

지키는 존재의 오래된 윤리 — 이명 시집 《개》

지키는 존재의 오래된 윤리 — 이명 시집 《개》 버려짐에서 귀의(歸依)로 — 시가 되살린 개의 존엄 이명의 시 《개》는 먼 길을 함께 걸어온 주인과 개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주인은 개를 차에 태우고 산기슭에 내려놓고 떠난다. 개는 몇 번을 짖으며 쫓아가지만 끝내 따라가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유기(遺棄)’의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는 곧바로 그것을 단순한 버림의 이야기로 두지 않는다. “나는 주인을 알고 있다 주인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개는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관계를 끝까지 품고 남겨진 존재다. 함께 걸어온 먼 길의 시간은 이별의 순간에도 개의 마음을 지탱한다. ‘먼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주인과 개의 연대기이며 서로의 삶이 겹쳐진 관계의 시간적 궤도다. 그렇기에 떠남도 단절이..

시평 2025.12.08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83] 이명의 "빛나는 노점" 외 1편

문학/출판/인문[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83] 이명의 "빛나는 노점" 외 1편이승하 시인입력2025.12.08 06:25수정2025.12.08 07:53 빛나는 노점 외 1편 이명 강변역 3번 출구 건널목고추 몇 됫박 앞에 두고 앉아 있는 할머니힘주어 또박또박 쓴청양이라는 글씨 삐뚤빼뚤하다어느 누구 하나 거들떠보는 이 없지만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다만 저렇게 수다스러웠을 것 같은붉은 날들을 토해놓고하나둘 집어 들어 먼지를 닦아낸다지나간 날들을정성스레 닦고 또 닦으며옹기종기 모여 앉아 빛났던 날들을 추스르고 있다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가고낮도 다 지나가고어둠이 무서리처럼 내려앉는 시간흩어진 날들을 주워 담아 손수레에 싣는다먼 집에서는 바람이 차가울 것이지만쏟아놓은 붉은 ..

기사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