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구 없소
거기 누구 없소 아랫마을에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올라왔다 내려갔다 눈이 무서웠다 다음날은 흰 고양이 한 마리 올라왔다 내려갔다 눈이 무서운 건 마찬가지다 서로 마주칠 때는 으르렁거리더니 서로 피했다 번갈아 오르락내리락하는 고양이 무슨 일이 있어 이 산중을 오르내리는 걸까 한동안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새들은 여전히 지저귀고 숲은 고요하고 꽃은 피고 매일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어느 날 문득 마루 밑에서 검은 바탕에 흰 무늬라 할지 흰 바탕에 검은 무늬라 할지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나왔다 들어간다 서로 으르렁거리던 것들이 언제 마루 밑에 들어와 눈이 맞았는지 흑백의 조화온 세상이 환하다 문학의 창 2025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