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밤의 전령사

분천 2024. 8. 6. 11:24

밤의 전령사

 

 

 

전등을 켜자

고라니 한 마리 눈에 들어왔다

그물망 울타리를

더 높게 세워 올린 날 밤이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 뭔가 움직임이 있어 자세히 보니

새끼였다

젖을 빨고 있었다

 

푸르게 빛나는 눈빛

어느 별에서 왔는지 순간

그대로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빛도 거둬들였다

 

울타리는 그대로였고 문은 잠겨 있었으나

천개의 다른 길이 있었다

 

가을바람 때문에

꾀꼬리도 숲으로 들어간 지 이미 오래고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하늘에서는 별이 총총 빛났다

 

문득 사라진 별 하나가 생각났다

 

 

문예바다 202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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