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카페 노바

분천 2024. 1. 25. 09:22

 

대구신문 <좋은 시를 찾아서 >250 이 명 시인

작성자겨울판화(박윤배)|작성시간24.01.24|조회수87목록댓글 0글자크기 작게글자크기 크게

[좋은 시를 찾아서] 카페 노바


 

                                                                               이명 시인

 

바다는 한잔의 커피

부딪쳐서 하얗게 꽃이 되는 해변의 3월은

남색이 어울리겠죠

물결이 반짝이는 것은

새로운 별이 태어난다는 것

당신의 테이블 위 오늘은 아콰마린,

한 잔의 바다와 수선화가 어울리겠죠

 

◇이명= 2011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 ‘분천동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벌레문법’, ‘벽암과 놀다’, ‘텃골에 와서’, ‘기사문을 아시는지’, ‘산중의 달’, e-book ‘초병에게’, 시선집 ‘박호순미장원’. 수상 : 목포문학상(2013년).

 

<해설> 3월 탄생석 아콰마린은 심해의 결정적 모습을 담은 보석의 이름인데 부딪쳐서 하얗게 꽃이 되는 해변의 3월 속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한 시인의 그윽한 눈동자가 눈앞에 문득 떠오른다. 어둡고 춥고 쓸쓸한 골방에 앉아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시를 선별하고 수필에 가까운 해설을 쓰다가 만난 이명 시인의 카페 노바는 나를 바닷가로 불러 커피 한잔하라는 권유처럼 들린다. 아주 평이한 문장 같으면서도 “물결이 반짝이는 것은/ 새로운 별이 태어난다는 것” 이라는 문장은 오랜 수행자에 깨달음의 결정적 문장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신의 테이블 위 오늘은 아콰마린, ”한 잔의 바다와 수선화가 어울리겠죠“는 이미 바다를 잔 속에 다 담그어 놓은 경지이니, 또한 놀랍지 않은가. 시의 구성을 생각하다가 한 편의 시 안에 음영의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는데, 오늘 한 번 더 깨달은 것은, 요즘 우리 시가 쓸데없이 첨가된 조미료 때문에 쓰고 어둡다는 사실이다. 원형 본질의 맛에 눈맛인 수선화 정도를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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