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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310 - 이 명

개  이 명   주인은 나를 태우고 먼 길을 와산기슭에 두고 갔다몇 번을 짖으며 쫓아갔지만끝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나는 주인을 알고 있다주인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더 크게무위자연이 되라는주인의 마음이 읽히기 때문이다 산은 높았고 나는 산을 지키기로 했다  -(시와소금 2025 봄호 Vol. 53)  ◇ 시 해설 사람이 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역으로 생각해 보면 개도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주인은 개를 위해 보행기에 태워주고 가슴에 안아주고 등에 업고 가기도 하며 자식으로 대우를 해 준다. 반려견의 인식이 달라졌으며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믿는 사람의 신념은 확실하다.하지만 이 시는 역발상에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개의 시선에서 ‘주인은 나를 태..

기사 2025.04.12

거기 누구 없소

거기 누구 없소   아랫마을에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올라왔다 내려갔다 눈이 무서웠다  다음날은 흰 고양이 한 마리 올라왔다 내려갔다 눈이 무서운 건 마찬가지다  서로 마주칠 때는 으르렁거리더니 서로 피했다 번갈아 오르락내리락하는 고양이 무슨 일이 있어 이 산중을 오르내리는 걸까  한동안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새들은 여전히 지저귀고 숲은 고요하고 꽃은 피고  매일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어느 날 문득 마루 밑에서 검은 바탕에 흰 무늬라 할지 흰 바탕에 검은 무늬라 할지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나왔다 들어간다  서로 으르렁거리던 것들이 언제 마루 밑에 들어와 눈이 맞았는지  흑백의 조화온 세상이 환하다   문학의 창 2025년 봄호

이명 詩 2025.03.18

가는 길

가는 길   세상은 왜 이리도 험한지 희미한 불빛 아래한 잔 술을 마시며 파도를 넘는다  폭염에는 사막을 가는 낙타처럼 혹한이라도 설원을 건너는 순록처럼 가야만 하리 한 잔의 술을 마시면 나는 불콰해지고그곳이 어디든 너는 으레 말을 걸어온다 어둠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반딧불이가 길 밝히고낮에도 달맞이꽃 피는 그곳으로 거침없이 가야만 하리 한 잔 술을 마시며네가 나에게 일러주는 말 술잔 속에는 틀림없이 네가 있다  문학나무 2025년 봄호

이명 詩 2025.02.28

그리운 너울

그리운 너울     구룡령을 넘어가 보자 네가 있을 것만 같은 구룡령 넘어 바다에 가 보자 구룡령은 그대로 이고 바다도 그대로 인데 그 너머에 너는 없고 이제 경복궁역 1번 출구에는 갈 일이 없어지고 주엽역에도 갈 일이 없고 바다로 돌아와 해변에서 너를 불러보는데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을 불러보는데 불쑥 솟아오르는 물결 너일 것만 같아 바람은 샛바람 대답 없는 대답이 밀려온다 한 줄의 글이 부풀어 오르고 몇 줄의 글이 밀려오고 너를 잃어버리고 네가 바다라는 것을 안다 할 말이 많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만날 걸 바둑도 좀 더 두고 정신세계에서 마음껏 날아다닐 걸 그 많은 조개들은 다 어디로 갔나 껍질만 파도에 밀려오네 너는 이제 구룡령을 넘는 바람이고 기사문 물결이고 어디서나 허공이네 허공에 ..

이명 詩 2025.01.04

상강 무렵

대구신문 <좋은 시를 찾아서 >415 이명 시인작성자겨울판화(박윤배)|작성시간24.12.02|조회수147목록댓글 0글자크기 작게가글자크기 크게가상강 무렵            이명 시인  버려야 한다기에도시를 버리고 과거를 버리고 욕망을 버립니다소쩍새도 수리부엉이도 고라니도피를 토하듯 밤마다 속을 비워내는 텃골에서아내마저 버립니다아내에게서 아내를 지우니 어머니만 남는산수보다 더 쉬운 단순한 계산법아내는 남편의 어머니라는 말이새삼 기억납니다어제도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희희낙락통화하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습니다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곳에무서리는 내리고고이 돌려드린 아내는드디어 고산의 여신으로 피어납니다깃털처럼 가벼워진 몸으로 산중을 어정거리며신전이나 지켜야겠습니다 ■약력 :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기사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