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엽서 김희동기자 승인 2023.08.20 이명 더 이상 도시에서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시멘트벽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틈으로 물결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지붕은 우주로 통해 있었습니다 금이 간 창문이 던스턴 바실리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황홀했습니다만 방바닥은 백사장이 되고 밤마다 파도를 덮고 자는 습관이 버릇처럼 생겨났습니다 병이 깊어 기침마저도 밖으로 솟구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다음에 오실 때는 배를 타고 오십시오 생각만큼이나 수심도 깊어 북명의 바다처럼 검을 것입니다 험한 길을 헤치며 오다 보면 당신도 곧, 나보다 더 깊은 바다가 될까 염려됩니다만 오기 전에 문자 한 통 넣어 주십시오 이곳도 사람 사는 데라는 것을 소상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