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손님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내가 화투점을 본다
화투라 하면 질색을 하던 아내가
화투 만지는 것을 보면 세월이 그만큼 흘렀나 보다
이 산중에 올 이도 없겠지만
손님에 기쁜 소식의 점괘가 나오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삶이 우울한 것이라면
허무를 붙들고 즐거워하는 심정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시종
국수 먹을 괘가 나올 때를 대비해 라면을 준비해 둔다
손님이 온다는 점괘는 늘 맞지 않지만
짙은 갈색의 절망
한 두릅의 도루묵을 처마 끝에 걸어 둔다
시선 202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