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12월의 손님

분천 2022. 12. 8. 09:41

12월의 손님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내가 화투점을 본다

화투라 하면 질색을 하던 아내가

화투 만지는 것을 보면 세월이 그만큼 흘렀나 보다

이 산중에 올 이도 없겠지만

손님에 기쁜 소식의 점괘가 나오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삶이 우울한 것이라면

허무를 붙들고 즐거워하는 심정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시종

국수 먹을 괘가 나올 때를 대비해 라면을 준비해 둔다

손님이 온다는 점괘는 늘 맞지 않지만

짙은 갈색의 절망

한 두릅의 도루묵을 처마 끝에 걸어 둔다

 

 

시선 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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