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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전령사

밤의 전령사   전등을 켜자고라니 한 마리 눈에 들어왔다그물망 울타리를더 높게 세워 올린 날 밤이었다꼼짝도 하지 않고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 뭔가 움직임이 있어 자세히 보니새끼였다젖을 빨고 있었다 푸르게 빛나는 눈빛어느 별에서 왔는지 순간그대로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불빛도 거둬들였다 울타리는 그대로였고 문은 잠겨 있었으나천개의 다른 길이 있었다 가을바람 때문에꾀꼬리도 숲으로 들어간 지 이미 오래고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하늘에서는 별이 총총 빛났다 문득 사라진 별 하나가 생각났다  문예바다 2024년 여름호

이명 詩 2024.08.06

(발굴 특집) 2024년 눈여겨 볼 시인 - 이명

☐ 등단 : 2011. 1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 (문학아카데미 2011년 10월),(문학아카데미 2013년 3월),(리토피아 2014년 6월)(시인동네 2016년 4월)(도서출판 지혜 2017년 9월)(현대시학 2020년 10월)(현대시 2022년 6월)(수동예림 2018년 2월시선집 )(시선사 2020년 1월)☐ 수상 : 목포문학상(2013년) (시인의 말) 혁명의 계절   내가 도시를 버리고 산중으로 들어온 지도 10년이 다 되어 간다. 내가 찾아온 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이다. 황량한 곳으로 잡풀이 우거지고 늪지대가 있어 잡목이 자라는 곳, 아내는 주변에 산소들이 많아 오지 않겠다고 한 곳이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 잡고 앉으니 마음이 푸근했다. 결국 혼자 오기로 마음먹고 작은 ..

기사 2024.06.17

바늘엉겅퀴

바늘엉겅퀴 뿌리가 몸에 좋다고 그러나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아직 어리지만 바다와 산과 바람의 눈길이 느껴져요 꽃을 보면 알잖아요 내가 얼마나 붉은 줄 그건 사랑이 속에서 용솟음치기 때문이에요 기다려 주세요 내 몸의 털이 더 날카로워질 때까지 변방에 있지만 꽃잎이 활짝 열릴 때 그때 내 입술을 가지세요 바람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당신 몸에 약이 될 때까지 시인정신 2024년 봄호

이명 詩 2024.04.22

미시간 올드 보이*

미시간 올드 보이* 네 눈 속에 들어 푸른 바다가 되면 안 되겠니? 유유히 파도를 넘어 대해로 나가 네 너른 가슴에 불을 지펴 호수가 되면 안 되겠니? 사막을 넘어 질주하는 말이 되어 바람이 되어 초원을 누비며 네 속 깊은 우물에 들어 달로 뜨면 안 되겠니? 어둠을 밝히는 고산의 여신이 되어 내 몸을 휘휘 감으며 다시 피어날 수는 없겠니? * 그랜져 CLX 350 : 폐차되다 시인정신 2024년 봄호

이명 詩 2024.04.22

카페 노바

대구신문 <좋은 시를 찾아서 >250 이 명 시인 작성자겨울판화(박윤배)|작성시간24.01.24|조회수87목록댓글 0글자크기 작게가글자크기 크게가 [좋은 시를 찾아서] 카페 노바 이명 시인 바다는 한잔의 커피 부딪쳐서 하얗게 꽃이 되는 해변의 3월은 남색이 어울리겠죠 물결이 반짝이는 것은 새로운 별이 태어난다는 것 당신의 테이블 위 오늘은 아콰마린, 한 잔의 바다와 수선화가 어울리겠죠 ◇이명= 2011 신춘문예 당선. 시집 : ‘분천동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벌레문법’, ‘벽암과 놀다’, ‘텃골에 와서’, ‘기사문을 아시는지’, ‘산중의 달’, e-book ‘초병에게’, 시선집 ‘박호순미장원’. 수상 : 목포문학상(2013년). 3월 탄생석 아콰마린은 심해의 결정적 모습을 담은 보석의 이름인데 부..

이명 詩 2024.01.25

다시 배를 띄우며

문학아카데미 시인회 주최 양양 여름 숲속의 시인학교 후기 다시 배를 띄우며 / 이명 양양 숲속의 시인학교는 계간지 문학과 창작을 바탕으로 문학아카데미 시인회가 주최하는 숲속의 시인학교로서는 그 마지막 행사였다. 2023년 여름호를 마지막으로 문학과 창작도 문을 닫고 거기에 실린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아쉽지만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로 했다. 방산 선생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신 후 개최된 양양 숲속의 시인학교 행사 참석 시인은 모두 36명이었다. 추모의 분위기에서 열린 조금은 무겁고 쓸쓸하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모색하려는 열망의 분위가 가득했다. 망망대해에서 갑자기 풍랑을 만나 난파된 배의 선장으로서 결코 흔들림 없어야 한다는 각오로 캄캄한 바다를 항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이었지만 또..

수필 2024.01.12

그리운 방산

그리운 방산 산중에서 짐승이 다 되어 가던 지난해 가을 어느 날 오후 날벼락을 맞았다 문학아카데미 시인회 회장을 맡아달라고 하셨다 가당치도 않아 못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서도 몇 번인가 간곡히 거절 의사를 메일로 문자로 보냈다 몸이 불편하신 선생님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며칠 후 밭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져요 회장은 맡아주세요 말씀 한 마디가 쿵하고 가슴을 내리쳤다 알겠습니다 두말없이 한 마디만하고 하늘을 보는데 캄캄했다 조직을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임기 중에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예감에 먼 산중에 있다는 이유로 운영자문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사실은 장례준비위원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맞지 않아야할 예측은 맞아떨어지고 선생님께서는 이미 앞날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 같았다 ..

이명 詩 2023.10.07

달밤

달밤 한밤중이 대낮 같이 밝아 나가 보니 나무가 적막하게 서 있다 환한 달빛 아래 허공으로 어둠이 스멀스멀 움직인다 나는 먼 외계에서 온 유목인 고독하다는 것을 알고 나무는 나를 채용했다 이 산속에서 나무는 정복자가 된지 오래고 나는 호위 무사 이 별에서 내가 의무를 다하면 나무는 어둠 속에서도 몸을 흔들어 빛을 뿌려준다 흠뻑 빛의 샤워를 하고 돌아보는 어둠 속 영혼들의 축제일까 오늘밤은 고라니 몇 마리 나무 주변을 서성이고 별들은 모두 출근해 있다 나무의 표정이 유난히 밝은 기분 좋은 밤이다 월간 모던포엠 2023년 10월호

이명 詩 202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