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방파제에 서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는데 바다도 그런 것이어서 우주도 슬플 때가 있어 흘린 눈물이 바다라든지 별들이 뿌리고 간 설움이 응고된 것이라서 바다는 때로 슬픔의 덩어리가 되는데 어둠을 뚫고 그물을 건지러 나가는 배의 창에 눈물이 되어 흐르고 어스름 저녁 호미 날에 비치는 설움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몇 두름의 고기를 낡은 그물에 던져주는 것이다 백사장에 홀로 서 있던 여자가 벗어놓고 간 어둠이 스며들어 그날 밤은 달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안개는 부풀어 오르기만 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기사문에도 여름은 가고 삶은 그저 대수롭지 않게 물결에 쓸려 둥둥 떠다니는 가재도구처럼 바다를 배회한다 구절초가 피고 배추밭 기슭이 물결로 출렁인다 어둠의 관절이 삐꺽거리며 물속에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