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가리비의 비행

분천 2021. 2. 21. 07:16

가리비의 비행

 

 

 

그물에 들었어

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태어난다는 것이 기적이고 삶이 신화일 테지만

모래 속을 파고드는 일상이 지겹다 느껴질 무렵

가볍게 날아올랐어

트랩이라 생각하며 어디까지 날아갈지 모르지만

비상의 시간이야

신은 있다고 믿으니까

그 물속으로 행운이 찾아온 거지

직성이 풀렸다고나 할까

언젠가 신선들 그림에서 봐둔 남극노인성을 찾아갈 거야

머리 꼭대기가 위로 솟은 노인 말이야

그렇다고 장수할 생각은 없어

행운이 있을 거야

신앙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니까

길을 찾아 떠나는 거지

그물 밖으로

 

 

 

애지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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