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도시와 달팽이

분천 2020. 6. 4. 09:46

도시와 달팽이

 

 

 

너는 네모

어디에서나 네모

 

울타리를 만들고 지붕을 만들고 거리를 만들고

하늘 높이 모서리를 세워두고 끊임없이 분열하고

 

어느 것으로도 규정지어지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켜 자유를 허용하지도 않는

 

네모는 집이 될 수 없어

바랑을 지고 길을 나서는데

 

지하도를 건너고 모서리를 돌아

중림, 저기까지 가는데 발바닥이 갈라질까

평발을 가진 나는,

 

각진 그늘

바람이 훑고 다니는 모서리를 피해 뿔을 세운다

둥글게 선을 그린다

 

 

 

문학과 창작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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