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에서
마늘종을 뽑으면 대궁에서 천둥소리가 난다
잘린 꽃대 끝에서 폭포수가 쏟아진다
장미가 피어나
밭 둘레가 온통 흐드러지게 붉은 이 계절에
힘차게 밀어올린 꿈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저 마음이야
내 영혼이 허탈한 것은
나의 청춘은 이미 충분히 끝나 후줄근해서라지만
거세당한 황소처럼 몸서리치며 흐느끼는
저 마음이야
그 마음 아랑곳없이 여자는
마늘종은 제때 뽑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네
문학과 창작 202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