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마늘밭에서

분천 2020. 6. 4. 09:51

마늘밭에서

 

 

 

마늘종을 뽑으면 대궁에서 천둥소리가 난다

잘린 꽃대 끝에서 폭포수가 쏟아진다

 

장미가 피어나

밭 둘레가 온통 흐드러지게 붉은 이 계절에

힘차게 밀어올린 꿈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저 마음이야

 

내 영혼이 허탈한 것은

나의 청춘은 이미 충분히 끝나 후줄근해서라지만

 

거세당한 황소처럼 몸서리치며 흐느끼는

저 마음이야

 

그 마음 아랑곳없이 여자는

마늘종은 제때 뽑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네

 

 

 

문학과 창작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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