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각에서의 하룻밤
어스름 저녁 강각에 올라 보니
맨 먼저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감촉이 부드러웠다
누군가 볼에 손을 대고 다가오는 것 같았다
물소리가 들려오고
그것은 어쩌면 흥얼거리는 어부가漁父歌 같았다
노을 가득한 하늘로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 노를 젓고
누군가 색동옷을 입고 춤추는 것 같았다
귀를 막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분어행盆魚行* 시를 지으며
얼마나 피하고 싶은 어지러운 세상이었겠는가 그때가
귀거래 귀거래하며
얼마나 그리워했겠는가 늙은 부모 계시는 고향집을
얼마나 아름답고 깊이가 있었겠는가 유구한 산천이
또 얼마나 즐거웠겠는가
강물에 잔을 띄워 술 마시며 노래하는 삶이
바위는 귀가 먹지 않았다
* 농암聾巖 이현보가 퇴계退溪 이황 형제에게 지어 보낸 장문의 시로서 그 당시 관료들을 어항 속의 물고기에 비유하며 정계 은퇴를 종용한 시
한국시인(한국시인협회) 2021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