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을 읽다가
비 내리는 절집 요사채 뒷산, 참나무 우듬지에서 거위벌레 암놈이 바쁘게 움직인다 몸길이 0.8cm 원뿔 모양 앞가슴에 모가지가 가늘고 긴 벌레, 거위벌레과 족속이다 계보까지 갖춘 뼈대 있는 벌레다 도토리 속을 한참동안 긴 주둥이로 후벼 파다가 갑자기 구멍 속에 궁둥이를 들이밀어 알을 낳는다 이름이 없을 때는 천지의 시원始原이요 이름이 있을 때는 만물의 모체母體라 했는데 쉼이 없다 알 낳기가 무섭게 턱으로 참나무 여린 가지 끝을 자른다 알을 품은 도토리가 잎과 함께 땅에 떨어져 눕는다 몸에 밴 능숙한 솜씨 잘려나간 가지의 수액으로 목을 축인 후 땅으로 내려와 유유히 절집 문을 나선다
우산을 들고 그의 뒤를 따라가 본다 함곡관을 지나자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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