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 호랑거미
대웅보전 벽면 꼭대기 천불벽화 앞이다 다리가 가늘고 긴 호랑거미 한 마리 툭툭 다리를 털더니 여기다 싶었는지 공포에다 집을 짓고 있다 유난히 불룩한 등짐이 예사롭지 않다 빈손으로 대청에 올라앉아 무심히 바라보는 나 같은 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유장한 염불 소리에 끝없이 풀어내는 생명줄, 한 올 한 올 공포에다 단단히 묶어 놓는다 석가모니불 맞은편이다 순식간에 큰 집 하나 마련한다 툭툭 다리를 털더니 바로 명상에 잠긴다 벽화 속 스님들이 말없이 들어와 자리한다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록 함정 (0) | 2012.07.23 |
---|---|
해와 달과 별의 경계 (0) | 2012.07.23 |
노자 도덕경을 읽다가 (0) | 2012.07.23 |
(Ⅲ 마음대로 호로병) 마음대로 호로병 (0) | 2012.07.23 |
여의도 만물상, 꿈을 골라보세요 (0) | 2012.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