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길
손수레에 실려 인사동 거리에 나온
미륵불 약사불 아미타불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이
시멘트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청동으로 빚은 30cm 내외의 크기
길 가는 사람들의 펄럭이는 바짓가랑이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절집 고방의 잡다한 물건들 곁에 달마대사도 보인다
이리 굽고 저리 휘어져
패인 곳마다 세월의 때가 쌓여 꾀죄죄하지만
서로는 각자의 방식대로 자비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바삐 걸어가는 내게
세상의 허명을 탐하는 것은 몸을 괴롭히는 것이며
잇속을 구하는 것은 업화業火에 섶을 보태는 것이라
그러시는데
그 모습들을 보며
달마대사는 돌아앉아 웃고 있다
저 웃음의 의미는 또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