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그물
대웅전 처마가 그물에 걸렸다
그물코 사이로 군데군데 새들의 빈 집이 보인다
제석천의 그물에는
매듭마다 아름답고 맑은 구슬이 달려 있다는데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있어
한 개의 구슬에 모든 구슬이 다 머물고 있다는데
단청에 거소를 둔 새들은 당분간 노숙을 해야 할 것이다
그물이 가뿐하게 지붕을 들어 올릴 수 있기를
새들도 회화나무 그늘에 앉아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염불소리의 의미도 모른 채
수리중이라는 팻말만 무심코 지나쳤던 나는
대웅전 처마가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서야
이곳이 바다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대웅전 한 구석에 반야용선도 보인다
그물이 출렁거리자 물거품이 일듯
지붕 위로 흰 구름이 뭉글뭉글 피어오르고 있다
곧 반야용선이 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