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갑자기 바람 불고 먹구름 몰려오더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산중에 우뚝 선 우람한 산벚나무 한 그루
온 몸으로 비바람을 맞고 있다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견뎌내는
그늘은 뽀송뽀송하다
지나가는 고라니 한 마리 물끄러미 들여다보는데
얘, 이리로 들어오렴
나, 이 숲의 기둥이야
비 맞으며 한참을 바라보다 그늘로 들어온 고라니
몸을 털며 밑동에 등을 비빈다
말없이도 말이 통하는
뻐꾸기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
산 너머 사람 사는 세상보다 낫다
시인정신 201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