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기둥

분천 2019. 3. 29. 08:51

기둥




갑자기 바람 불고 먹구름 몰려오더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산중에 우뚝 선 우람한 산벚나무 한 그루

온 몸으로 비바람을 맞고 있다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견뎌내는

그늘은 뽀송뽀송하다

 

지나가는 고라니 한 마리 물끄러미 들여다보는데


얘, 이리로 들어오렴

나, 이 숲의 기둥이야

 

비 맞으며 한참을 바라보다 그늘로 들어온 고라니

몸을 털며 밑동에 등을 비빈다 

말없이도 말이 통하는

뻐꾸기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


산 너머 사람 사는 세상보다 낫다



시인정신 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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