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산중 도시

분천 2019. 6. 6. 10:19

산중 도시




불현듯 물푸레나무 아래 집 한 채 보인다

잎은 떨어지고 바람 쓸쓸한

벽도 지붕도 없는 그늘 속의 집

당신인가 했더니

고라니 한 마리 집을 나선다

대낮에 닭은 울고 대설은 가까운데

투명한 집들의 마을

나뭇가지 하나 흔들리지 않는구나

바라볼수록 집은 늘어나고 마을을 이루고

거리는 번화하다

나뭇잎 내려와 뒹굴어보는

누군가 앉았다 간 흔적이 있는 저 거리에

당신인가 했더니

곤줄박이 한 마리 날아오른다

당신은 볼 수 없는

당신이 오면 사라지는

당신을 생각하면 할수록 집은 부풀어 마을을 이루고

때로는 바다가

때로는 하늘이 채워주는

배가 흘러가고 비행기가 떠가고

간혹 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드는 저 거리의 집들

당신인가 했더니

누군가 벗어놓은 듯한 신발들이 날아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허물어졌다 세워지는

내가 무시로 드나드는 휘황한 거리의 집들, 숲속에 있다



문학과 창작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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