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도시
불현듯 물푸레나무 아래 집 한 채 보인다
잎은 떨어지고 바람 쓸쓸한
벽도 지붕도 없는 그늘 속의 집
당신인가 했더니
고라니 한 마리 집을 나선다
대낮에 닭은 울고 대설은 가까운데
투명한 집들의 마을
나뭇가지 하나 흔들리지 않는구나
바라볼수록 집은 늘어나고 마을을 이루고
거리는 번화하다
나뭇잎 내려와 뒹굴어보는
누군가 앉았다 간 흔적이 있는 저 거리에
당신인가 했더니
곤줄박이 한 마리 날아오른다
당신은 볼 수 없는
당신이 오면 사라지는
당신을 생각하면 할수록 집은 부풀어 마을을 이루고
때로는 바다가
때로는 하늘이 채워주는
배가 흘러가고 비행기가 떠가고
간혹 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드는 저 거리의 집들
당신인가 했더니
누군가 벗어놓은 듯한 신발들이 날아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허물어졌다 세워지는
내가 무시로 드나드는 휘황한 거리의 집들, 숲속에 있다
문학과 창작 201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