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위의 집
사람의 마을에서 빈집이 팔렸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포클레인이 집을 부쉈다 적막과 어둠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뛰쳐나왔다 텃골에서 갈 곳 잃은 것들은 모두 산중으로 올라오는데 적막 따로 어둠 따로 집 두 채 또 늘어나겠다
고라니 기거하던 밤나무 그늘의 집, 잎들은 지고 곤줄박이 몇 마리 들어와 있다 아카시 숲속 집은 산꿩 쉼터다 산벚나무는 맨몸으로 겨울을 버티고 그 너머 능선의 집에는 세상을 버린 몸들이 누워 날을 보낸다 이 얼음장 같은 대낮에 닭장을 지키는 닭들은 어떻게 견디나보니 수탉은 암탉을 쫒아 다니느라 안달이다
이제 곧 눈이 내리면 거리는 허물어지고 다시 또 그리움의 집들로 채워지겠지만 이토록 올망졸망한 집들로 인해 산중은 더욱 따뜻하다
현대시학 2019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