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철 기자
- 승인 2022.06.24 09:49
우주의 시간

“치자꽃/ 한 송이/ 시들어/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서 메말라가고 있다// 단정하게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것은/ 생각이 깊기 때문일까// 그 속에 까만 씨앗 하나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이명 시인의 시 ‘유마행(維摩行)')
불교문인의 등용문이자 한국불교문학의 산실인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인 유자효, 조철규, 이명 시인이 의기투합해 시집 <우주의 시간>을 최근 펴냈다.
SBS 논설위원실 실장, 제9대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한국시인협회 이사를 역임한 유자효 시인은 1968년 불교신문 전신인 대한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서 ‘산사’로 당선됐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등록 불교문화단체로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북한산 일원 사찰에서 등산객들에게 산사 시집을 보시해 온 참나마을을 이끌어 온 조철규 시인은 1980년 대한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서 ‘무미지담’으로 당선됐다. 이명 시인은 2011년 ‘분천동 본가입납’으로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시집의 제목 ‘우주의 시간’에 담겨 있듯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그마다 하나의 시간과 의미를 갖는다. 세 명의 시인들은 불교의 교법을 자신만의 시어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불교신문 사장 현법스님은 “이번 시집 출간에 동참한 시인들은 한국문학을 이끌어 가는 대들보”라며 “저마다 주옥같은 시편들은 우리들의 가슴을 적셔주는 시의 사리로 승화돼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시집이 온 국민의 가슴을 적셔주는 영혼의 단비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중의 달 (0) | 2022.10.02 |
---|---|
[문태준의 詩 이야기] 이명 시 ‘산중의 달’ (0) | 2022.07.12 |
증권가에서 시인으로 이명 시집 ‘박호순미장원’ 등 (0) | 2021.07.23 |
서정시의 본질을 담은 시집 (0) | 2020.12.12 |
[詩와 함께 하는 오늘] 죽비 (0) | 2020.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