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문태준의 詩 이야기] 이명 시 ‘산중의 달’

분천 2022. 7. 12. 09:10
[문태준의 詩 이야기] 이명 시 ‘산중의 달’
  •  문태준/시인ㆍ불교방송PD
  •  승인 2022.07.11 11:26

한밤중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려

다락으로 올라가 보니

뻐꾸기창에 달이 걸려 달그락거리고 있네요

방으로 들어오려다 창에 걸렸나 봐요

달빛 쏟아져 흥건하고

어둠이 놀라 달아난 자리, 환하네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그러졌다 살아났다 다니는 길로만 다니더니

일상이 지루한가 봐요

그저께는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더니

일탈은 아무나 하나요

내친김에 푸르게 기화하고 있어요

 

- 이명 시 ‘산중의 달’ 전문


 

이명 시인은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 펴낸 시집의 ‘시인의 말’을 읽어보니 “도시를 버리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중으로 들어온 지 7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세속은 멀어지고 초록에 물드는 삶”이라고 시인 스스로의 일상을 소개했다. 그런데, 같은 글에서 “나무와 새들과 벌레들이 웅성거리면 산이 출렁거리고”라고 쓴 대목이 함께 있었는데, 나는 이 문장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시에서도 한밤에 달이 창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달그락거리고 있다고 표현했고, 달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고도 표현했는데, 이 모두가 흥미진진했다. 인간만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존재들 모두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해와 달도 모두 제 나름의 작용을 힘써서 하고, 또 서로 호응도 하는 것일 테다.

 


[불교신문 3724호/2022년7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