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외양간 부처

분천 2012. 7. 24. 11:30

외양간 부처

 

 

 

모기 한 마리 팔뚝에 앉는다

화들짝 놀라 탁 치니 이미 날아 오른 뒤다

잉잉거리는 소리 따라가며 스프레이를 뿌려 보는데

창문으로 빠져 나갔는지 바닥에는 보이지 않는다

 

외양간 소가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스꽝스러웠는지 먼저 고개를 돌린다

 

혼비백산 사라졌을 모기가 어느새

소에게로 간 것일까

꼬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등짝에 붙은 모기를 털어내고 있다

보란 듯이 한 모금 빨게 해 주고는

워워, 날려 보내고 있다

 

흔쾌하게 곁눈질하며 미소 짓는

저 천진스러움

 

연신 우물거리는 입으로 뭔가 한 마디

토해 낼 것도 같은데

그저, 가끔 외마디 소리만 내지른다

 

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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