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부처
모기 한 마리 팔뚝에 앉는다
화들짝 놀라 탁 치니 이미 날아 오른 뒤다
잉잉거리는 소리 따라가며 스프레이를 뿌려 보는데
창문으로 빠져 나갔는지 바닥에는 보이지 않는다
외양간 소가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스꽝스러웠는지 먼저 고개를 돌린다
혼비백산 사라졌을 모기가 어느새
소에게로 간 것일까
꼬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등짝에 붙은 모기를 털어내고 있다
보란 듯이 한 모금 빨게 해 주고는
워워, 날려 보내고 있다
흔쾌하게 곁눈질하며 미소 짓는
저 천진스러움
연신 우물거리는 입으로 뭔가 한 마디
토해 낼 것도 같은데
그저, 가끔 외마디 소리만 내지른다
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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