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으로 가라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해도 서산을 넘을 때는 자신이 없어
왔던 길을 붉게 지운다
부들도 땅에 피지 못하고 물에서 자란다
노랑부리저어새도 놀란 눈으로 너를 보고 있다
차에 깔린 흔적들 사이로
산제비나비 애벌레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꿈틀대며 건너는 한 낮
새들도 무서워 높은 가지 뒤로 숨는다
하느님도 항상 목숨을 돌보지는 못한다
다 자란 옥수수 밭 샛길을 걸어가라
돌아보지 말고 연못까지 가라
연못에 가면 기다리는 것이 있다
게아재비 물방개 소금쟁이 공중에 매달린 무당거미도
분주하게 춤을 출 것이다
물속에 서있는 부들이 독한 눈빛을 지워줄 것이다
연못이 네 몸을 씻어줄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부드러우니까 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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