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청량산 가문비나무

분천 2012. 7. 24. 11:42

청량산 가문비나무

 

 

 

백년을 살고 있는 가문비나무 한 그루

뿌리가 뒤엉킨 채 청량산 계곡 비탈에 서 있다

얼마 되지 않은 잎을 걸치고 있는

마른 가지 사이로

무당거미도 올라와 마을을 이룬다

 

거품벌레나 돌드레곤충에게 몸을 내주고

가려움이 심한 듯

등껍질 비늘이 검붉게 일어나 있다

뿌리에는 삿갓을 쓴 혹버섯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밑동에 울퉁불퉁 솟아나온 하지정맥류

영락없는 아버지의 종아리다

 

능선 넘어 유리보전

약사여래 부처님의 처방이 궁금해 기웃거리니

땅이 길을 열어 준다

뿌리들이 올라와 가려운 곳을 덮는다

바람이 가끔 잎을 흔들어 보고 지나간다

 

청량사 마조스님이 지나가다 지팡이에 뿌리가 걸렸다

삿갓 속에서 느닷없이 쇳소리를 내뱉는다. 할!

 

무슨 소린지,

난청이 된 아버지가 쳇! 머리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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