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 버들치
도솔천 작은 연못
물 한 방울 없이 바짝 마른 꼬마 웅덩이 도솔지에
며칠 동안 비가 내리자 물이 가득 고였다
풀들이 발을 담근다
모처럼만에 무화과 그늘도 내려앉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뭔가 움직이고 있다
버들치 그림자다
그늘을 헤엄쳐 다니는 버들치가 투명하다
환幻은 허공의 꽃과 같아서 환幻이 사라지면
그 자리가 곧 부동지不動地라 했거늘
요리저리 생각하다 슬쩍 발을 담가 본다
냉기가 스친다
저 버들치 영혼, 깜짝 놀라 사라진다
신기하기만 해서
한나절 버들치와 숨바꼭질하며 눈을 맞춰본다
물이 마르지 않게 둑도 쌓고 풀을 옮겨
그늘 집도 만들어 주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카테고리의 다른 글
(Ⅱ 장자에게 길을 묻다) 장자에게 길을 묻다 (0) | 2012.07.24 |
---|---|
청량산 가문비나무 (0) | 2012.07.24 |
하나, 또 더 하나 (0) | 2012.07.24 |
부처님의 방울낚시 (0) | 2012.07.24 |
허공 수묵화 (0) | 201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