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에게 길을 묻다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
두툼한 은행잎 하나 말끔한 얼굴이다
어딘가에 입이 있을 것 같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길 없는 공중으로 길을 찾아 두둥실,
반짝이는 아침 햇살 한 배낭 가득 짊어지고
생의 마지막 여행길에 나를 찾는다
저 영혼, 금방이라도
노란 말들을 쏟아낼 것 같다
두툼한 배낭 속에서 빛이 쏟아진다
나를 찾은 연유야 알아 무엇하겠는가
온종일 술이라도 주거니 받거니, 함께 뒹굴고 싶다
저 우람한 집을 떠나 정처 없이 떠나온 녀석이
내 말귀를 알아듣겠는가
샛노란 말귀들을 내가 알아듣겠는가
말을 서로가 알아듣는 것은 뒤로 미루기로 한다
어차피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한동안 들여다보다
당분간 제물론 책갈피에 넣어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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