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품이 넓은 세상

분천 2012. 7. 24. 11:52

품이 넓은 세상

 

 

 

이른 새벽 마당을 쓰는데

잎사귀 하나

대나무 빗자루에 매달려 떨어질 줄 모른다

밤이슬 맞고 촉촉이 젖어

대나무 잔가지에 찰싹 달라붙었다

 

마당을 쓸다 말고 앉아

우두커니 잎사귀를 바라본다

 

생각을 끊지 못하고 연을 잊지 못하고

털어내도 떨어질 줄 모르는 저 영혼,

아직 초록빛깔을 다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저 속에서

온 몸으로 피워 올리던 초록 불꽃

 

새들이 모여들고 벌레들이 노래하고

안단테 칸타빌레

나무와 함께 보낸 한 삶을 놓지 못한다

 

빗자루의 품이 새삼 넓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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