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이 넓은 세상
이른 새벽 마당을 쓰는데
잎사귀 하나
대나무 빗자루에 매달려 떨어질 줄 모른다
밤이슬 맞고 촉촉이 젖어
대나무 잔가지에 찰싹 달라붙었다
마당을 쓸다 말고 앉아
우두커니 잎사귀를 바라본다
생각을 끊지 못하고 연緣을 잊지 못하고
털어내도 떨어질 줄 모르는 저 영혼,
아직 초록빛깔을 다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저 속에서
온 몸으로 피워 올리던 초록 불꽃
새들이 모여들고 벌레들이 노래하고
안단테 칸타빌레
나무와 함께 보낸 한 삶을 놓지 못한다
빗자루의 품이 새삼 넓어보였다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숭이 조련법 (0) | 2012.07.24 |
---|---|
자목련 앞에서 (0) | 2012.07.24 |
천의무봉 숯부작 (0) | 2012.07.24 |
(Ⅱ 장자에게 길을 묻다) 장자에게 길을 묻다 (0) | 2012.07.24 |
청량산 가문비나무 (0) | 201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