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앞에서
묵은 솔가지 한 단 들여 놓고 불을 지펴요
관솔에 이는 불꽃, 입 벌린 아궁이가 파래요
불꽃도 멍이 드나요
외솔 옹이의 멍은 얼마나 단단하고 깊은가요
또 얼마나 시리고 적막한가요
새카맣게 탄 아궁이 속, 그 속
진액이 흐르는 것이겠지요
쌓였던 내공이 깊은 주름 사이로
또 터져 나오는 것이겠지요
타닥 타다닥 다다다 아뇩다라삼먁샴보리
타닥 타다닥 다다다 아뇩다라삼먁샴보리
그 속, 격조 높은 음
불꽃 세상 불의 나라
불쏘시개에도 불이 붙어요
그 속 내 속을 다 태워버린 날
* 아뇩다라삼먁샴보리 : 범어(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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