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아궁이 앞에서

분천 2012. 7. 24. 12:00

아궁이 앞에서

 

 

 

묵은 솔가지 한 단 들여 놓고 불을 지펴요

관솔에 이는 불꽃, 입 벌린 아궁이가 파래요

 

불꽃도 멍이 드나요

외솔 옹이의 멍은 얼마나 단단하고 깊은가요

또 얼마나 시리고 적막한가요

 

새카맣게 탄 아궁이 속, 그 속

 

진액이 흐르는 것이겠지요

쌓였던 내공이 깊은 주름 사이로

또 터져 나오는 것이겠지요

 

타닥 타다닥 다다다 아뇩다라삼먁샴보리

타닥 타다닥 다다다 아뇩다라삼먁샴보리

 

그 속, 격조 높은 음

불꽃 세상 불의 나라

 

불쏘시개에도 불이 붙어요

그 속 내 속을 다 태워버린 날

 

 

* 아뇩다라삼먁샴보리 : 범어(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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