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색즉시공, 공즉시색

분천 2012. 7. 24. 12:02

색즉시공, 공즉시색

 

 

 

열무 잎 속에 싸인 고추 덩어리를 씹었다

푸른 잎 속의 푸른 고추,

칼이 몇 번을 잘게 토막 내려 지나갔겠지만

무쇠도 아, 하고 칼집만 내 놓고 비껴간 덩어리

입 안이 얼얼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오그라든 열무 잎 속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내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들어내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고 웅크리고 있다가

기다렸다는 듯 불쑥, 톡 쏘는 맛

맵다

 

튼실튼실한 무 하나를 들였다

껍질을 벗겼다 하얀 허리가 미끈했다

뚝, 반으로 잘라보니

단단한 속에 단물이 흘러 내렸다

토막토막 내 고춧가루를 듬뿍 넣었다

손끝에 힘을 주고 고루고루 간이 배게 버무렸다

 

맛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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