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모나리자
세월이 흐르자
모나리자의 눈꺼풀이 쳐졌다
얼굴에는 거뭇거뭇 점들이 생겨났다
다빈치의 노트북에는
구면球面에 비친 상을 평면平面에 옮기면
같은 길이의 대상이라도
각도에 따라 각각 다른 길이로 투사된다는데
눈꺼풀이 쳐지는 바람에
그녀의 소실축도 아래로 내려왔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티없이 맑은 인상이었다
안쪽으로 무한히 감겨 들어가는
황금분할의 직사각형에 따라 이목구비가 갖춰진 얼굴
그녀의 얼굴을 되살리는 작업은
내 기억 속의
그녀를 온전히 불러내어 실물과 대조하는 일 뿐인데
미숙련공 다빈치가
레이저와 해부용 칼을 도구로 사용하는 바람에
모나리자, 미소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