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가을장마

분천 2021. 12. 1. 11:52

가을장마

 

 

 

가을장마는 섧다

 

배추에 무름병이 와서 밭을 갈아엎고

베어 놓은 들깨는 썩어가고

감은 떨어지고

 

사랑이 흘리고 간 눈물로부터 장마는 시작되었다

 

더 이상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깨알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비둘기는 들깨 더미에 산다

 

밭은 투전판

사랑이 혼절하고

 

비옷을 입고 매일 밭에 나와 비를 맞는 일이 일이다

 

 

 

월간 모던포엠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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