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하늘지도 초행길

분천 2012. 7. 23. 21:49

하늘지도 초행길

 

 

 

하늘 공원 화장장 뒷산기슭

자작나무 가지들이 바람을 켜기 시작한다

굴뚝 꼭대기

아지랑이 춤 따라 바람곡이 흐른다

막 도착한 겨울 나그네

터럭 같은 한 생이 화염에 펄럭인다

연기가, 재가, 다시 이슬이 되고 김이 되어

굴뚝 위로 올라온다

가지마다 하늘기러기를 불러 앉힌 것은

갈 길이 하도 멀다는 바리공주의 말 때문이다

굴뚝을 갓 빠져나온 새 생명 하나

연한 청의靑衣를 걸치고

바람에 실려 숲으로 들어온다

따끈한 신생新生 특유의 냄새

여기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야

하늘기러기가 다가가 등을 두드리고 위로를 하며

막 태어난 새 생명의 눈을 씻어 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짊어지고 온 이력의 봇짐은 어디에 풀어야 하는지

하늘지도 하나 목에 걸어준다

가뿐하게 몸을 흔들며 숲을 나서는 새내기

낮달이 마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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