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지도 초행길
하늘 공원 화장장 뒷산기슭
자작나무 가지들이 바람을 켜기 시작한다
굴뚝 꼭대기
아지랑이 춤 따라 바람곡이 흐른다
막 도착한 겨울 나그네
터럭 같은 한 생生이 화염에 펄럭인다
연기가, 재가, 다시 이슬이 되고 김이 되어
굴뚝 위로 올라온다
가지마다 하늘기러기를 불러 앉힌 것은
갈 길이 하도 멀다는 바리공주의 말 때문이다
굴뚝을 갓 빠져나온 새 생명 하나
연한 청의靑衣를 걸치고
바람에 실려 숲으로 들어온다
따끈한 신생新生 특유의 냄새
여기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야
하늘기러기가 다가가 등을 두드리고 위로를 하며
막 태어난 새 생명의 눈을 씻어 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짊어지고 온 이력의 봇짐은 어디에 풀어야 하는지
하늘지도 하나 목에 걸어준다
가뿐하게 몸을 흔들며 숲을 나서는 새내기
낮달이 마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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