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산
토함산 산방 유리창에 느닷없이 툭 떨어져 맺히는 빗방울 속을 보게 되었어 아랫배가 불룩한 빗방울 속 까만 점 하나 꿈틀거려 얼른 돋보기로 확대해 보니 빛을 품고 있었어 빛 속에 어렴풋이 산이 거꾸로 서 있었던 것이야
빗방울 프리즘 안에서 스펙트럼으로 분리된 빛은 생기가 돌아 형형색색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팔손이나무 산허리에 키우고 리기다소나무는 잎 끝마다 일곱 가지 색깔의 구슬을 꿰고 있었지 유리창 뒷면을 손톱으로 툭 치니 움찔, 살아 있었던 것이야
거꾸로 선 산이 꿈틀대기 시작하자 팽팽한 아랫배에서 섬광이 비치더니 빛이 쏟아져 나왔어 순간, 토함산 하늘이 온통 붉어지고
무지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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