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집
운곡리 181번지
할머니는 아침마다 집을 부순다
일어나자마자 쇠스랑을 끌고 뒤뜰로 간다
풀밭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두더지집이다
할머니, 집을 부수지 마세요
어느 순간부터
꼬빡 밤새워 집을 만드는 일이, 일이 된 두더지
할머니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는 것을 아는
두더지와
하루 일과를 거르지 않고 다해내는 할머니
우기고 우기는 고집 밭에 풀꽃들이 환하다
할머니, 그냥 집으로 들어오세요
혼자 그렇게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세요
노랗고 하얗고 빨간, 나지막한 풀꽃집 대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