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천사와의 이별

분천 2012. 7. 23. 22:02

천사와의 이별

 

 

 

암 병동 3층 중환자실

인공호흡기를 걸고 누워 계신 할머니

발을 자꾸 흔든다

편히 가게 해 달라고

살아생전 좋은 일 못하고 가는데

장기 기증이라도 할라치면 이 정도 쯤에 가야

쓸 만한 것 몇 개 건져 줄 수 있을 것이란다

손발을 묶고 입을 막아 문을 못 열겠단다

하루도 안 돼 무척 답답해하시더니

사흘째 저승문을 열고 혼자 나가셨다

인수팀이 마스크를 쓰고 대기실로 들어오더니

남겨두신 몸을 들어

문턱도 없는 자동문을 넘어간다

 

걸어서 가셨을 텐데

이승과 저승의 거리가 이리도 지척인가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타 주지 스님  (0) 2012.07.23
낙산의 날마다 좋은 날  (0) 2012.07.23
토룡선생지구  (0) 2012.07.23
풀꽃 집  (0) 2012.07.23
하늘부동산  (0) 201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