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주지 스님
내가 다니는 절집 주지스님은
12월만 되면 바쁘다
신도들은 아랑곳없이
장삼 위에 두건이 달린 붉은 옷을 입고
대웅전 앞에 보란 듯이 나무 한 그루 세운다
별들이 뜨고 연꽃송이 주렁주렁 가지마다 걸린다
아기 예수 연꽃 안에서 숨 쉬고 있다
불그스름한 연꽃은 성모 마리아다
아침에는 목탁이 깨어져라 두드리고
부처님 주무실 무렵
크리스마스 캐럴을 지휘한다
손에는 묵주를 들고 극락과 천당 양쪽 길을 인도한다
염화시중의 미소인가 퓨전이 따로 없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것 같아
부처님이 궁금하다
힐끔 대웅전을 바라보니
실눈을 뜨고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부처님
나도 그만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캐럴을 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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