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산타 주지 스님

분천 2012. 7. 23. 22:09

산타 주지 스님

 

 

내가 다니는 절집 주지스님은

12월만 되면 바쁘다

신도들은 아랑곳없이

장삼 위에 두건이 달린 붉은 옷을 입고

대웅전 앞에 보란 듯이 나무 한 그루 세운다

 

별들이 뜨고 연꽃송이 주렁주렁 가지마다 걸린다

아기 예수 연꽃 안에서 숨 쉬고 있다

불그스름한 연꽃은 성모 마리아다

아침에는 목탁이 깨어져라 두드리고

부처님 주무실 무렵

크리스마스 캐럴을 지휘한다

손에는 묵주를 들고 극락과 천당 양쪽 길을 인도한다

염화시중의 미소인가 퓨전이 따로 없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것 같아

부처님이 궁금하다

힐끔 대웅전을 바라보니

실눈을 뜨고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부처님

나도 그만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캐럴을 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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