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점화키를 찾는다
4.8cm 작은 열쇠 꽂아
슬쩍 오른쪽으로 돌리면 심장이 뛰고
V6 DOHC 1700kg 육중한 몸체가 움직인다
밟으면 밟을수록 달린다
120km/h는 태풍의 속도다
풀이 눕고 나무들이 고개 숙인다
바람의 속도를 넘어서면
자동차 바퀴는 작은 톱니바퀴가 되고
지구는 큰 톱니바퀴가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달리면 달릴수록 한 컷 한 컷의 풍경들은
조트로프 원통 안으로 들어와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해도 서산으로 달아난다
바람을 타고 가는 구름이
구름 뒤에 숨어 있는 시간이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다
작은 열쇠 하나 꽂아 돌리면
지구가 점화되고 마그마가 출렁댄다
안개 속 같은 심연에서 화염이 피어난다
내 몸 어딘가에도 숨어 있는 점화키
아마 작은 단추일 것이다 여기저기 눌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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