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참아귀
대학로에 한 사나이가 서성이고 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틈새로 비치는 칙칙한 얼굴
늘어져 처진 배 가죽이 달포는 굶은 것 같다
어쩌다 염마왕의 세계에 잘못 들어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입만 데었는지
아래턱이 늘어지고 입술이 유난히 거무스레하다
아프리카산 참아귀를 닮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꺼칠한 사내가
마로니에 나무 아래 네모난 큰 쓰레기통 속으로
고개를 빠뜨리고 자맥질을 한다
대낮에 낙엽을 휘 저으며 헤엄을 친다
한참을 뒤적이다 수면 위로 고개를 든 손에
담배 한 갑이 보란 듯이 들려 있다
안을 들여다보는 눈빛이 빛난다
다시 머리를 박고 통속 깊숙이 잠수한다
잠시 후에 카스텔라 빵 한 개를 건져낸다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정류장 쪽으로 사라진다
혼자 수면 위를 떠돌다
깊은 바다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던
등 검은 물고기 한 마리가 생각났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그의 뒤를 따라가 본다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황사 가는 길 (0) | 2012.07.23 |
---|---|
내 몸의 점화키를 찾는다 (0) | 2012.07.23 |
산타 주지 스님 (0) | 2012.07.23 |
낙산의 날마다 좋은 날 (0) | 2012.07.23 |
천사와의 이별 (0) | 2012.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