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느티나무, 색동옷을 입다

분천 2012. 7. 23. 22:44

느티나무, 색동옷을 입다

 

 

 

낙엽 하나가

내 손등에 살며시 내려앉습니다

 

은행나무처럼 샛노란색도 있고

당단풍이나 공작단풍처럼 붉은색도 있습니다

떡갈나무 황갈색이나

소나무 잎처럼 짙은 녹색도 보입니다

 

주변의 색들을 고루고루

한 줌씩 품고 있는 것이 편안해 보입니다

 

그 어떤 즐거움이나 성냄도

슬픔이나 기쁨도 내색하지 않는

붉음인 듯 노랑인 듯 초록인 듯

알록달록한 색깔,

치우침이나 지나침이 없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다만, 색색이 물들인 옷을 입고

떠나가는 것들을 부드럽게 떠나보내며

슬며시 내려앉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느티나무 잎 속, 굳은 중심이 보입니다

뒷산처럼 묵직하고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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