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앵무새 학당

사하라 헬스클럽 모래시계

분천 2013. 9. 27. 17:29

사하라 헬스클럽 모래시계

 

 

 

호리병 속에서 모래가 흘러내린다

모래도 투명 호리병 속에 들어가니 시계가 된다

 

떨어지는 족족 묻히는 시간의 모래

기억들은 또 얼마나 많은 망각 속으로 묻혀들까

 

마지막 모래가 떨어지는 순간

내 나무자세 한 토막도 빠르게 풀어진다

 

돌려세울 때마다 죽어 있던 모래가 다시 살아났다

사하라의 태양이 빛날 때

사하라도 우주의 호리병 속에서 흘러내린

모래 언덕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속, 깊이 걸어 들어갈수록

두 팔을 벌리고 꼿꼿이 서 있는 어린 향소나무

내 유년의 모래사장이 하얗게 드러났다

사하라에서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한 줌의 모래를 흘려보내며 나는 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 움큼의 삶, 다시 돌려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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