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앵무새 학당

형상, 미완성 알파와 오메가

분천 2013. 9. 27. 18:26

형상, 미완성 알파와 오메가

 

 

 

미황사 부도전, 며칠 동안 눈이 내리자 모두들 사람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돌들로 몸을 만든 것도 있고 소나무를 뼈로 한 것도 보입니다 귀가 없는 것도 있고 팔은 생기다 말고 한쪽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일곱은 한 가족 같습니다 하늘 사람들과 이웃하고 싶어 이것저것 가져다 귀를 만들고 팔을 붙여봅니다 그래도 솔가지에 단단히 몸을 만든 이녁은 일을 나갈 참인지 구름 모자 하나 덮어쓰고 어깨에 바람 끈을 걸치고 있습니다 아직 저 몸에서 한기가 돕니다 뭔가 더 내려올 것만 같아 하늘을 살펴봅니다 시력이라든가 심장이라든가 마음이라든가 보태고 짜맞출 것이 더 남았는데 새벽닭이 울기 전에 염마천에 기별이라도 보내봐야겠습니다 좀 더 기다리면 온전하게 될 것인지 콧김을 불어넣어 이대로 살려낼 것인지 아니면 마냥 기다릴 것인지.

'시집 앵무새 학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목원 두꺼비  (0) 2013.09.27
화중신선花中神仙  (0) 2013.09.27
함곡관 산양  (0) 2013.09.27
앵무새 학당  (0) 2013.09.27
하늘 그물  (0) 201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