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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새우는
통발어선 선장과
그의 아내를 닮았다
힘든 작업을 할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다
흥이 나면 스텝을 밞았다
음악을 즐기고
춤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저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러웠다
문어잡이 통발 속에서 꽃새우 몇 마리 올라왔다. 꽃새우는 선착장 부두에 매 놓은 희영호 배 위에서 팔딱거리고 있었다. 몸통에 온통 꽃무늬를 둘렀다. 머리는 활짝 핀 꽃처럼 화사하다. 통발어선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흐르고 헝가리언 무곡 제4번이 흐른다. 새우는 갑판 위에서 사뿐히 뛰어오른다. 그냥 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템포에 맞춰 뛰어오른다.
그러고 보니 새우는 통발어선 선장과 그의 아내를 닮았다. 유연한 몸놀림, 어디서나 음악이 흐르면 몸을 흔들어 대는 선장과 그의 여자, 어디든 웬만한 곳이면 음악을 지니고 다녔다. 그들은 삶을 유쾌하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바다 삶이 얼마나 삭막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웠겠는가. 그 삶인들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하겠는가만 그들은 음악을 가까이 하고 음악 속에 묻혀 살고 있었다. 삶은 음악처럼 가뿐하고 유장했다. 힘든 작업을 할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다. 술을 한 잔 해도 흥이 나면 스텝을 밟았다. 내가 하지 못하는 삶을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노래 속에 살고 노래 속에 죽는 것처럼 저녁 식사 후에도 음악과 더불어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손뼉을 치며 몸을 흔들고 흥을 돋우었다. 그렇다고 유치하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그저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러웠다.
알고 보니 그의 아내는 오랫동안 혈소판감소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그것도 음악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음악의 장단에 맞춰 거리낌 없이 스텝을 밟아대는 흥겨움, 삶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병은 거기서 치유되는 것 같았다. 몸속에 가락을 지니고 있다는 것, 세포마다 음악의 DNA가 있다는 것, 그것이 춤으로 나타난다는 것, 가볍게 밟는 스텝마다 엔도르핀이 쏟아져 나와 병을 치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선장은 나에게 한참 활발하게 뛰노는 꽃새우를 건네 주었다. 그냥 날 것으로 먹으라 했다. 그러나 나는 쉽게 먹을 수 없었다. 손에 잡는 것도 그러려니와 날 것을 살아있는 채로 먹는다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꽃새우, 그냥 바라보는 것만 해도 황감했다. 그의 자태는 아름다웠다. 바다 속 본 무대가 짐작이 갔다. 이사도라 던컨, 그 무희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격 그 자체 아니겠는가. 그를 떠나보낸 바다 속 생물들의 안타까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 배에서는 새우도 음악을 즐기고 춤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하늘나라에 와서도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그 여유로움,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한 줌의 여유도 없이 이승을 숨 가쁘게 걸어가고 있는 내 삶의 각박함, 몸을 흔든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 여기는 부끄러움, 마음속 한 구석에 뜨겁게 웅크리고 있는 춤의 율동, 꽃새우를 보며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선장의 아내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배를 움켜쥐고 새우처럼 등이 굽은 채 응급실로 실려 갔다. 당분간은 뛰어오르지 못할 것이다. 스텝도 밟지 못할 것이다. 음악은 흘러도 스텝 밟는 것을 중지할 것이다. 스텝은 마음속에서 흘러만 갈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선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꽃새우, 그는 지금 병상에 누워 있다. 등이 굽은 채 누워있는 꽃새우, 빠른 쾌유를 빌 뿐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보낸다.
[불교신문3185호/2016년3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