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詩

달밤

분천 2023. 9. 25. 09:39

달밤

 

 

 

한밤중이 대낮 같이 밝아 나가 보니

나무가 적막하게 서 있다

 

환한 달빛 아래

허공으로 어둠이 스멀스멀 움직인다

 

나는 먼 외계에서 온 유목인

고독하다는 것을 알고 나무는 나를 채용했다

 

이 산속에서 나무는 정복자가 된지 오래고

나는 호위 무사

 

이 별에서 내가 의무를 다하면

나무는 어둠 속에서도 몸을 흔들어 빛을 뿌려준다

 

흠뻑 빛의 샤워를 하고 돌아보는 어둠 속

영혼들의 축제일까

 

오늘밤은 고라니 몇 마리 나무 주변을 서성이고

별들은 모두 출근해 있다

 

나무의 표정이 유난히 밝은 기분 좋은 밤이다

 

 

월간 모던포엠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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