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한밤중이 대낮 같이 밝아 나가 보니
나무가 적막하게 서 있다
환한 달빛 아래
허공으로 어둠이 스멀스멀 움직인다
나는 먼 외계에서 온 유목인
고독하다는 것을 알고 나무는 나를 채용했다
이 산속에서 나무는 정복자가 된지 오래고
나는 호위 무사
이 별에서 내가 의무를 다하면
나무는 어둠 속에서도 몸을 흔들어 빛을 뿌려준다
흠뻑 빛의 샤워를 하고 돌아보는 어둠 속
영혼들의 축제일까
오늘밤은 고라니 몇 마리 나무 주변을 서성이고
별들은 모두 출근해 있다
나무의 표정이 유난히 밝은 기분 좋은 밤이다
월간 모던포엠 2023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