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앵무새 학당

(Ⅰ 앵무새 학당) 나도 홍단풍나무

분천 2013. 9. 27. 18:29

나도 홍단풍나무

 

 

 

가마솥에 갓 쪄낸

여린 가을햇살 한 말을

달빛에 푹 삭혀 빚어낸 곡차 한 사발

쭉 들이켠다

 

산사 바위에 걸터앉아

보장각과 범종루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

계곡 물소리에 얹어

쌈을 싸 안주한다

 

공포불상을 바라보다 취해

절집 마당에 내려와 앉은 등신불

 

단숨에 진홍색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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