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홍단풍나무
가마솥에 갓 쪄낸
여린 가을햇살 한 말을
달빛에 푹 삭혀 빚어낸 곡차 한 사발
쭉 들이켠다
산사 바위에 걸터앉아
보장각과 범종루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
계곡 물소리에 얹어
쌈을 싸 안주한다
공포불상을 바라보다 취해
절집 마당에 내려와 앉은 등신불
단숨에 진홍색으로 물든다.
나도 홍단풍나무
가마솥에 갓 쪄낸
여린 가을햇살 한 말을
달빛에 푹 삭혀 빚어낸 곡차 한 사발
쭉 들이켠다
산사 바위에 걸터앉아
보장각과 범종루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
계곡 물소리에 얹어
쌈을 싸 안주한다
공포불상을 바라보다 취해
절집 마당에 내려와 앉은 등신불
단숨에 진홍색으로 물든다.